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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뿌리칠 수 없는 매력_2.Onsen(溫泉)
정*찬 2019-02-02

좋은 스키장은 유럽과 북미에도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있어서 일본 스키는 그에 뒤지지 않는다.

스키의 즐거움은 스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아프레 스키(Aprés Ski)'라고 부르는 스킹 후의 휴식이다. 

스킹의 여운을 얼마나 온전하게 음미할 수 있는가는 스키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2. Onsen(溫泉)

 

일본 스키를 가장 일본 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온천이다.

스키를 마치고 호텔에 딸린 온천에 몸을 담그면

스킹의 긴장감과 하루의 피로가 수증기와 함께 하늘로 날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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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산환 작가)

 

북미의 아프레 스키가 주로 스킹 후의 파티를 의미한다면 

일본의 아프레 스키는 스킹을 마치고 들어와 바로 온천으로 향해 한껏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풀어 낸다.

스키를 타며 한껏 고조된 교감 신경이 잠잠해지고, 부교감 신경이 자율신경계를 지배한다.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다. 

몸에도 마음에도.

 

하지만 스킹 후의 온천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내는 것이라면,

하루를 온전하게 투자하여 찾아가는 온천여행은 

일 년을 혹은 일생의 피로를 풀어내는 치유의 힘이 있다. 

 

아키타에는 일곱개의 온천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바로 '뉴토 온천향'이다.

뉴토 온천향의 일곱 온천은 나름대로 멋을 가득담고 있는데

그 중에 내가 찾아간 곳은 가니바, 마에노유, 쯔루노유 온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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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니바는 눈 밭 길을 걸어 만나는 숲 속의 옹달샘같은 온천이다.

산 속의 개천에 자리한 온천인데 개천에 게가 많아 '가니바(蟹場)'란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입간판과 그 위에 놓여진 작은 눈사람들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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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쌓인 가니바 온천 입구. 따뜻한 온천물을 끌어 계단에 쌓인 눈을 녹이고 있다.

나무로 만든 기둥이 낡은 듯하지만 그것이 또한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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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적설량이 다르지만 눈이 많을 땐 사람 키 보다 훨씬 높아지는 설벽길이 운치가 있다.

특히 저녁엔 눈벽길에 조명이 켜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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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벽길을 걸어 들어오면 이처럼 숲 속에 온천이 있다.

차가운 눈벽길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온천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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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탕이라지만 물이 맑아 여성들은 얇은 가운을 걸치고 들어온다.

주변의 풍광이 속세가 보이지 않는 깊은 산 속이라 특별한 감흥이 있다.

 

 

다음에 방문한 곳은 다에노유.

그곳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폭포가 있다. 

한번 들어가면 그 그림같은 폭포와 시원한 폭포소리에 묻혀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는 곳이다.

특히 금탕이라 불리는 황토색의 노천혼탕에 들어가서 바라보는 폭포의 정취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연찮게(?) 내가 방문한 곳이 모두 남녀혼탕인 탓에 손님이 있을땐 사진을 전혀 찍지 못했다.

그래서 촬영이 가능한 실내에서의 사진을 몇 컷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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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 곳곳에 아주 디테일한 손길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곳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 한다.

료칸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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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에노유의 디테일은 아주 작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료칸의 곳곳에 묻어있는 세심한 손길은 이 곳이 난장이들이 사는 동화의 세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찻잔에 받혀져 커피와 함께 들어온 나뭇잎 하나에도 감동을 하게 된다.

 

 

 

마지막 방문지는 '츠루노유' 온천이다.

학이 아픈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온천을 찾아서 '츠루노유(鶴の湯)'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300년 이상의 전통이 있는 곳으로 츠루노유는 온천욕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는 곳이다.

육 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방을 구할 수 있다는 츠루노유 온천은 일본에서도 유명한데,

아이리스 이후 한국인 방문객들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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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노유 입구의 갤러리 카페 '에이 하우스(a house)'

한국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자 레지던시

정감가는 작품들이 전시중이다. 맘에 드는 작품은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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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하우스 앞 공중전화 부스. 

눈 속에 파묻혀 있고 사람이 사용한 흔적도 없어 마치 전시중인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용가능한 공중전화이다.

이 공중전화를 이용해 사랑을 전하면 바로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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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토온천향을 순회하는 셔틀버스.

지붕 위에 달린 목욕통이 미소 짓게 한다.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인부의 손길이 바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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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노유 온천 입구의 모습.

전기는 없다.

물론 인터넷과 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밤에는 촛불로 조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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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노유에서 방문객들은 오후가 되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이 신비로운 온천은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츠루노유에 묶는 손님들에게만 개방 된다. 

그래서 츠루노유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으면 아키타의 온천을 절반밖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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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어에게 어쩌면 관심밖의 영역일 수도 있는 온천을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하지만 글의 맨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키는 스키를 타는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킹의 흥분을 음미할 수 있는 아프레 스키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스키문화'를 만드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의 스키어들에게 스키는 스포츠인가, 문화인가?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켜 한 차원 높은 삶을 경험하는 것이 문화라고 한다면,

스키는 스키를 다루는 기술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기술은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자연을 만나야 하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더욱 성숙해진다.

 

일본 스키장의 온천 문화는 그래서 

세계 어느 스키장과 구별되는 독특한 일본스키의 힘이다.